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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형 “여물만 준다면 소처럼 열일하는 배우 될 것” [화보&인터뷰]

조회수 : 2,200 2018-02-23 16:23:42
무엇이든 그 진가를 알아보려면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tvN ‘비밀의 숲’을 통해 아이를 잃은 아버지의 슬픔과 분노를 절절히 보여줬던 이름 모를 배우는 어느새 약이 없으면 헤롱거리는 ‘뽕쟁이’로 완벽한 연기 변신을 보여줬다. 전작의 캐릭터가 전혀 떠오르지 않게 만든 이 배우의 이름이 참 궁금했다. 이규형(34)은 tvN ‘비밀의 숲’과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시청자들 앞에 제대로 얼굴도장을 찍었다. 신예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10년 이상의 연차를 가진 배우지만 마음가짐만은 언제나 초심이다. 연기를 보고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진 순간, 이규형이란 이름 석 자엔 가치가 매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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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정말 핫한 배우가 됐다.
▲ 그런가요? 하하. 아직까진 잘 모르겠어요. 평소에는 공연만 하고 집에 오니 길에서 누가 알아보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종종 마스크를 쓰고 버스를 탈 때도 있는데 거의 못 알아보던데요(웃음).

Q 얼굴을 다 가리면 못 알아보는 게 당연치 않나. 이런 배우가 어디 있다가 이제 모습을 드러냈나 싶다.
▲ 사실 독립, 상업영화에 단역으로 조금씩 얼굴을 비추기는 했어요. 영화 ‘나의 독재자’를 통해 단역보다 큰 역할로 연기를 선보였고 고정으로 캐릭터를 받아서 TV에 얼굴을 보인 것은 KBS2 ‘화랑’을 통해서였던 것 같네요.

Q 데뷔한 지 꽤 된 것으로 안다. 연기를 언제부터 꿈꿨나.
▲ 정확한 데뷔는 연극이나 영화에 따라서 다 다르지만 10년 이상 지났어요. 연기의 꿈은 중학생 때부터 꿨고요. 중학생 때 친구를 따라 교회를 갔는데 연극을 했어요. 그땐 다같이 하니까 그냥 따라서 했죠. 친구가 주인공 역할이었거든요. 얘가 빨리 마쳐야 놀러 나가는데 못하니까 안 끝나는 거예요(웃음). 한참 보다가 너무 답답해 제가 연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연기를 가르치던 청년부 형이 저보고 하라고 하더라고요. 칭찬을 받으니까 참 좋았고 그 이후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진로를 빨리 정한 셈이죠.

Q 연기를 꿈꾸던 학생이 이제는 유한양이라는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다.
▲ 한양이가 극중 재미를 도맡은 캐릭터이기도 했지만, 중독을 스스로 고치려는 노력이 보여서 시청자들이 기특하게 여긴 것 같아요. 중간에 위기도 찾아왔지만 꿋꿋하게 버티는 모습에 응원을 받지 않았나 생각해요. 아마 극중 김제혁 선수처럼 한양이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Q 맞다. 유한양은 참 우쭈쭈해주고 싶은 캐릭터였다.
▲ 특히 어르신들이 방송을 보고 한양이를 애완동물처럼 여겨주더라고요. 하하.

Q 유한양은 비중이 컸던 캐릭터였나.
▲ 촬영 초반 대본의 끝까지 구상이 되어 있던 작품이에요.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유한양의 비중이 더 커지지는 않았죠. 나중에 세세한 부분이 추가가 된 것이고요. 그래서 결말도 알고 있었어요(웃음).

Q 결말을 알고 연기를 하는 마음은 어땠나.
▲ 전혀 아무렇지 않았어요. 그런가 보다 했죠. 매회 느낀 게 대본이 참 재미있었어요. 작가님이 모든 캐릭터에 애정을 가지고 쓰는 게 느껴졌어요.

Q 유한양을 아꼈던 시청자들에게는 결말이 꽤 충격적이었다.
▲ 그동안 캐릭터에 정을 많이 줘 배신감이 컸겠지만 가장 현실감 있는 마무리였던 것 같아요.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기도 했고요. 드라마를 통해 마약의 위험성을 보여줘야 했고 또 범죄자 미화를 할 순 없잖아요(웃음). 한양이는 뽕쟁이 주제에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Q 방송을 본 시청자로서 마지막 두 회는 절대 다시 못 보겠다는 생각도 든다.
▲ 당장에는 그런 맘이어도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보면 제일 바람직한 결말이라 생각지 않으실까 싶어요. 물론 저로서는 그만큼 아쉬워해 주신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죠.

Q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참 연기 구멍이 없는 드라마였던 것 같다. 그런 배우들 속에서 연기하는 기분은 참 남다를 것 같기도 하다.
▲ 너무 편했죠. 대학로에서 이미 호흡을 맞춰본 분들도 꽤 있었기 때문에 정말 편했어요.

Q 극중 상대 역할인 송지원을 빼고 감방 안에서 한양이의 이상형을 찾는다면 누구였을까.
▲ 한양이는 애정 결핍이 있거든요. 그런데 김제혁 선수가 많이 챙겨줬잖아요. 유일하게 한양이가 대들지 않았고요. 굳이 꼽자면 김제혁이었을 것 같아요. 하하.

Q 송지원을 연기한 김준한과의 호흡은 어땠나.
▲ 같이 촬영하는 장면이 꽤 많았는데 이 작품에서 처음 만났지만 실제 동갑이어서 바로 친구 하기로 하고 말을 놨어요. 준한이가 워낙 연기를 잘 해서 그 기운을 받아 잘 할 수 있었죠.

Q 사실 뮤지컬에서는 내로라하는 배우이지 않은가. 오랫동안 이규형을 봐온 팬들은 인기에 대해 남다른 마음일 것 같다.
▲ 팬들 중에 거의 10년 넘게 봐준 이들도 있어요. 많이 좋아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사실 팬들과 직접 소통하지 않아서 어떤 생각일지 모르지만요(웃음). 예전에는 공연 후 퇴근길에 팬들과 대화를 가지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뭐라도 된 것처럼 착각에 빠지게 되더라고요.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했고 팬들을 만나는 시간을 갖기보다 연기에 더 집중하기로 했어요. 물론 감사한 마음도 늘 크고 또 팬들을 만나는 시간이 좋은 것을 알아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좀 더 연기에 집중해서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Q tvN ‘도깨비’의 보험금 때문에 아내를 죽인 남편, ‘비밀의 숲’의 복수를 택한 윤과장,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마약 사범인 유한양까지 캐릭터가 참 독특한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 ‘도깨비’는 잠깐만 등장하니 사이코패스 같은 이미지를 생각해 악한 부분만 보여주면 됐죠. 하지만 윤과장 같은 경우는 극 속에서 다른 사람을 속이며 살아야 하고 또 과거 회상 장면에서의 감정도 보여줘야 했어요. 단순히 살인범이라 악한 모습만 연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거든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모습을 담아야 했고, 특히 조승우 선배와의 취조 신에서는 슬픔과 분노를 모두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쉽지 않았죠.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한 작품 안에서 다양한 면모를 보여줘야 했으니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어요.

Q 평소 성격과 가장 다른 캐릭터는 무엇이었나.
▲ 유한양은 정말 달랐죠. 팩트 폭력을 가하고 까불거리고 또 어떨 땐 밉상일 정도로 사람을 놀리기도 하고요. 그런 사람은 현실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심지어 드라마에서도 쉽지 않고요. 하하.

Q 그러고 보니 윤과장이나 한양이는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팬레터’의 김해진 역시 천재 작가이고. 수재 역할을 꾸준히 하는 것에 비결이 있을까(웃음).
▲ 설정이 그래서 그럴 뿐이지 비결이란 게 있을까요(웃음). 각 캐릭터가 똑똑한 것이 특징이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다른 부분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 목소리 톤이 좀 차분하잖아요. 극 중 캐릭터가 멀쩡할 때는 조용하고 조곤조곤한 느낌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한 것 같아요. 하하. 캐릭터의 배경보단 그 역할 자체에 집중해서 몰랐는데 저도 생각해보니 차분한 목소리가 그 비결일 것도 같네요. 하하하.

Q 뮤지컬 ‘팬레터’도 연일 매진이었다. 드라마와 뮤지컬을 병행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었나.
▲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엔딩 촬영을 거의 마친 상태에서 ‘팬레터’의 첫 공연을 올렸어요. 뮤지컬 같은 경우는 초반에 연습해 놨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그래도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전혀 다른 인물에 집중했으니까 틈틈이 ‘팬레터’ 대본도 보고 노래 연습도 하고 또 공연 모니터도 하러 가고 그랬어요.

Q 꾸준히 무대에서 보길 바라는 팬들의 의견도 있는 것 같던데.
▲ 그럼요. 무대를 너무 사랑하거든요. 지금의 저란 사람이 있게 해준 토양 같은 곳이에요. 저라는 배우가 자랄 수 있도록 단단히 지탱해준 곳이니까요.

Q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배역을 만나고 싶은가.
▲ 안 해본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전혀 다른 역할이 될 수도 있겠죠? 지금까지는 센 캐릭터를 했으니 반대로 잔잔한 역할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tvN ‘모두의 연애’라는 작품에 까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는데 거기서 평범한 남자로 잠깐 나왔어요. 하필이면 ‘비밀의 숲’에서 윤과장에게 찔린 김가영 역할을 했던 유나의 썸남으로 나와서 신기했죠. 하하.

Q 뮤지컬 ‘팬레터’도 막을 내렸다. 팬들의 큰 사랑 덕에 선물 같은 겨울을 보냈을 것 같은데 소감 부탁한다.
▲ 겨울이 참 따뜻했죠. ‘팬레터’란 작품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 때문에 공연이 매진된 것도 아니고요. 이미 초연부터 매진 되었거든요. 오히려 이번 재연 때 제가 합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앞으로도 제가 하는 공연이나 작품을 통해 저라는 배우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 관객분들과 시청자분들이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적인 측면이나 작품을 선택하는 면에 있어서 ‘저 친구가 나오면 믿고 볼 만 하지’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물론 그러기 위해선 제가 더 신중해야 하고 또 어떤 인물을 접하든지 간에 고민하고 노력해야겠죠. 그런 수식어는 노력 없이는 따라오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차기작에 대한 관심도 높다.
▲ 아직 검토하고 있어요. 공연보다 방송 쪽이 될 것 같아요.

Q 이규형이란 배우가 열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원래 소처럼 일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여물만 준다면 계속해서 열일 하겠습니다. 하하.


진행 임미애 인터뷰 박승현 스타일링 서하영 포토그래퍼 이경진 비하인드 포토그래퍼 정유진 헤어 재황(에이바이봄) 메이크업 재희(에이바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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