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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앳피플] 라이(LIE) 이청청, “라이 열심히 키워서 이상봉 브랜드까지 이어 받아야죠”

조회수 : 354 2018-04-27 14:19:30
[앳스타일 박승현 기자]

패션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가 있다. 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뉴욕 패션 위크. 한국 디자이너로서 세계 무대에 진출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디자이너 이청청은 브랜드 론칭 5년여 만에 그 꿈을 이뤘다. 디자이너 이상봉의 아들이라는 소개가 더 익숙했던 이청청은 라이(LIE)의 어엿한 오너 디자이너로 자리 잡았고 뉴욕 패션계에 당당히 한국 패션의 미래를 보여줬다. 누군가의 아들에서 디자이너라는 수식어를 듣게 될 때까지 그가 만든 노력은 박수 받아 마땅했다. 2018년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이청청을 만났다.

사진제공=라이

사진제공=라이


Q 2018 FW 시즌 서울 패션 위크 마치고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 현대 백화점 판교점에 라이 단독 매장을 오픈했거든요. 라이의 국내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에요. 그 첫 시작이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될 것 같아 주력하고 있죠. 상반기에는 갤러리 라파예트 두바이와 레바논에 팝업스토어 오픈 예정에 있어요. 그리고 다음 컬렉션을 어떤 방향으로 선보일지 고민하는 시기예요. 뉴욕에서 쇼를 한 후 해외 세일즈를 시작하려면 미리부터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늘 바쁘죠.

Q 서울 패션 위크 후속 반응은 어땠나, 뉴욕 쇼 이후 선보인 컬렉션이라 주목도가 높았을 것 같았는데.
▲ 2018 FW 시즌 뉴욕 패션 위크에서 공개했던 쇼피스들 외에 추가해서 쇼를 선보였는데 다들 좋은 평가를 해줬어요. 덕분에 해외 바이어들도 새로 생겼고요.

Q 아버지인 이상봉 디자이너도 2018 FW 라이 컬렉션을 봤을텐데, 어떤 평가를 했을지 궁금하다.
▲ 아직 쇼에 관해 이야기를 못 나눠봤어요. 서울 패션 위크 마치고 저도 바로 상하이에 갔다 왔고 선생님도 너무 바쁘셨거든요.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하하. 선생님께서는 라이 관련 코멘트를 전혀 안 하세요. 디자이너로서 갖춰야 할 자세는 말씀해주시지만,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시죠. 아무래도 디자이너 대 디자이너니까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주시는 거겠죠. 제가 이상봉에서 일했을 때 선생님께 디자인적인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드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과 일맥상통해요. 저 역시 라이 컬렉션 디자인 초반에 가봉이나 피팅을 할 때도 웬만하면 보여 드리지 않으려고 해요.

Q 최근에는 눈에 띄는 성과들이 많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하는 프로젝트인 컨셉코리아를 통해 뉴욕에서 라이의 2018 SS 시즌과 2018 FW 시즌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 컨셉코리아라는 포맷은 이미 잘 알고 있었어요. 이상봉 브랜드도 컨셉코리아 초기에 참여를 했기 때문에 제가 하게 되었을 때 기분이 묘했어요. 제가 이상봉 브랜드를 위해서 일 할 때도 컨셉코리아에 참여했었거든요. 또 어쨌거나 이상봉 선생님이 제 아버지이기도 하고 아버님이 했던 프로그램을 몇 년이 지나 제가 하게 됐으니 기분도 묘하고 재밌었죠.

Q 컨셉코리아 참여는 언제 결심을 했는지.
▲ 패션쇼라는 게 홍보와 마케팅 그리고 세일즈까지 연결을 시킬 수 있을 때 그 시너지가 나잖아요. 그래서 언제가 컨셉 코리아에 참여하기에 좋은 시점일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단순히 쇼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쇼를 마친 후 세일즈도 진행이 돼야 하니까요. 패션쇼를 통해 라이가 충분히 홍보될 만큼 브랜드가 갖춰져 있을 때 진행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참가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기다리다가 도전해야 할 때가 됐구나 싶어서 지원했죠. 다행히 선정되었고 쇼를 하고 난 후 피드백도 정말 좋았어요.

Q 해외 매체에서 라이 컬렉션에 대한 기사를 많이 다뤘겠다.
▲ 쇼를 마친 후 엘르 UK, 휘가로 등 많은 매체들이 라이에 대해 다뤘어요. 레인보우 퍼 점퍼 같은 경우는 화려한 스타일이라 쇼피스라 생각하고 만들었는데도 후속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Q 컬러가 화려해서 쇼피스 느낌은 나지만 충분히 평소에 입을 수 있겠더라.
▲ 맞아요. 단순히 옷 한 벌로 예쁘다, 혹은 너무 튄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컬렉션의 라인업과 스토리에 맞춰 옷을 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옷만 덩그러니 있을 때와 런웨이 위 모델이 입은 모습을 보는 것을 비교해보면 또 다른 느낌을 받잖아요.

Q 2018 FW 시즌에는 ‘it’s not justICE’를 주제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이청청의 시각을 보여줬다. 아름다운 지구 환경이 연상되는 의상을 통해 의미를 전달한 쇼피스들이 인상적이었다.
▲ 늘 환경에 관심은 많았어요. 가죽을 사용할 때도 베지터블 가죽이라고 해서 가공법이 좀 더 환경친화적인 것을 사용한다거나 퍼 대신 페이크 퍼를 쓰거나 그런 대안점은 늘 생각하고 있죠. 물론 당장 나서서 “지구 환경을 변화시켜야 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이번 컬렉션도 지구온난화에 대해 말하는 거지만 그렇다고 “자동차를 몰지 마세요”라고 하고 싶진 않죠. 아름다운 북극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고 우리가 그 북극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었어요. 그래서 옷감의 컬러를 통해 오로라를 연상시키기도 했고 이누이트 족의 복식을 현대화시켜서 보여줬어요. 그 아름다움을 잊어버리지 말고 다시 한번 떠올리자는 식의 접근을 하고 싶었으니까요. 제가 느끼고, 지키고 싶었던 아름다운 북극의 얼음을 쇼를 보는 분들도 한 번 더 떠올리게 하고 싶었죠. 우리 스스로 관심 가져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하려 했어요.

Q 매 시즌 화제를 몰고 다니는 것 같다. 2018 SS 시즌 뉴욕 패션 위크에서는 ‘테슬라 모터스’ CEO인 엘론 머스크의 어머니 메이 머스크가 메인 모델로 참석해 화제였는데.
▲ 획일적인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생각을 거부하는 여성들의 당당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메이 머스크 역시 시니어 모델로서 ‘Perfectly I’mperfect (완벽하지 않은 내가 완벽하다)’ 라는 쇼의 주제와 잘 맞아떨어졌어요. 메이 머스크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운이 참 좋았죠. 감사했고요. 쇼를 하고 나니 정말 좋은 거예요. 모델의 등장만으로도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가 잘 전달 됐잖아요. 그래서 한국에 와서 서울 패션 위크를 진행할 때 어떤 분이 그 역할을 해주실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Q 그래서 쇼에 등장한 모델이 가수 이은미였다.
▲ 고민을 많이 했고 여성의 당당한 면모를 보여 줄 수 있는 여러 분들을 떠올렸어요. 모델이 등장하면 쇼를 보는 다양한 세대가 한번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렇기에 대중성도 고려해야 했죠. 그래서 떠오른 게 이은미 선생님이었어요. 평소 이상봉 선생님과도 친분이 있으셔서 연락을 드리고 라이 쇼의 모델로 서주십사 부탁을 했어요. 여성의 당당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시면 좋겠다고 그랬더니 흔쾌히 해주겠다고 하셨죠. 런웨이를 해보신 경험이 적으셨던 것 같았는데 런웨이 위의 조명이나 진행 속도도 잘 아시더라고요. 이은미 선생님이 등장하셨을 때 프레스도 반응이 정말 좋았죠. 등장만으로 좌중을 압도하셨고 컬렉션이랑도 잘 어울렸어요. 선생님이 가진 에너지가 넘쳐서 정말 좋았어요.

Q 공을 들여 패션쇼를 준비하지만 라이브로 진행되니 해프닝도 많을 법 하다. 컬렉션을 준비하며 겪은 기억에 남는 일 있었는지.
▲ 쇼를 준비할 때 모델 예약이 정말 치열하거든요. 디자이너마다 자기 맘에 드는 모델을 선택하려고 하는데 사람 보는 눈이 비슷한지라 인기 많은 모델은 많은 쇼에 예약이 걸리죠. 뉴욕 쇼 하루 전날 캐스팅 디렉터가 절 부르더니 모델 한 명이 다른 쇼 스케줄 때문에 저희 쇼를 하고 피날레는 못 서고 가야 할 것 같다는 거예요. 그렇게 할 수는 없어서 쇼 당일 날 아침에 급하게 모델을 다시 뽑았죠. 또 서울 쇼에서는 신발이 갑자기 안 잠겼어요. 모델이 발이 아파서 신발을 잠시 벗고 있었는데 대기하는 동안에 발이 부었는지 지퍼가 안 올라가는 거예요. 겨우 신기고 무대로 나갔는데 쇼 마치고 들어오자마자 신발이 터졌어요. 중간에 다른 모델은 신발이 풀리기도 했고요. 처음 있던 일이라 당황했어요. 2017년 베트남에서 쇼 할 때는 전기가 나간 적도 있어요. 최소한의 불만 남고 음악까지 꺼진 거예요. 저는 백스테이지에 있다가 쇼가 끝난 줄 알았어요. 하하. 모델이 고맙게도 당황하지 않고 들어왔어요. 돌발상황이 생기면 쇼 흐름이 끊기면서 집중도도 떨어지니까 속으론 걱정했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면서 피날레에 인사했어요. 쇼를 준비할 때 리스크가 있을 법한 일을 안 만들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죠.

Q 라이의 의상을 세계 곳곳에 선 보이고 있다. 뉴욕의 이상봉 매장에 샵인샵으로도 운영되고 있다고.
▲ 매장이 가로로 길게 만들어져 있는데 처음 섹션은 이상봉이고 다음은 라이, 마지막엔 갤러리가 있어요. 이상봉이란 브랜드는 아트와 패션의 만남을 보여주니까 매장도 같은 방식을 유지해요. 갤러리 보던 분들이 옷을 보기도 하고 서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죠. 패션은 물론 감성도 건드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어요. 사실 한국 디자이너가 해외에 단독 매장을 내고 운영하기가 정말 힘들거든요. 그래도 이상봉 선생님의 오랜 꿈이시기도 하고 또 저의 꿈이기도 해서 열심히 운영 중이에요.

Q 여성의 옷을 만드는 이청청에게도 뮤즈가 있을 터인데.
▲ 단 한 명의 여성을 뮤즈로 삼지는 않아요. 제가 매장에 나가는 걸 좋아해요. 세일즈를 직접 하기도 하고 또 매장을 오픈할 때는 스타일링 클래스도 나가서 고객들을 만나기도 하죠. 그렇게 만나는 다양한 분들이 좋아요. 실질적으로 라이의 옷을 입는 분들을 봤을 때 영감을 얻기도 하고요. 이렇게 입기도 하는구나 생각하기도 하죠. 속으로 박수도 치고 그래요. 라이 자체도 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거든요. 많은 여성들이 라이의 옷을 입었으면 좋겠고 그 다양한 여성들이 제게 영감을 주는 뮤즈라고 생각해요.

Q 라이의 옷은 특유의 소재감이나 컬러의 과감한 믹스매치가 돋보인다. 디자인의 영감이 필요할 땐 어디서 얻는지 궁금하다.
▲ 갤러리나 박물관에서 영감 받는 것을 좋아해요. 예전에는 이론적인 부분을 통해 영감을 받았는데 지금은 비주얼적인 것에서 영감을 받아요. 요즘 트렌드가 그런 편이기도 하잖아요. 사람들도 더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싶어하지 않고요. 비주얼로 딱 던지는 게 이해가 빠르잖아요. 그래서 가끔은 바쁜 와중에도 일부러 약속을 만들어 전시를 보러 가요.

Q 디자이너로서 이청청이 내세울 수 있는 부분 있을까.
▲ 제가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요. 다양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많이 했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 재미있는 작업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새로운 작업을 많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Q 맞다. 그 동안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보여줬는데, 또 선 보이고 싶은 것 있는지.
▲ 많죠. 다 해보고 싶어요. 여러 가지 분야의 일도 많이 해보고 싶고 무궁무진하게 도전해보고 싶어요. 새로운 경험이니까요.

Q 아버지 뿐 아니라 가족들이 모두 같은 계통의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 어머님도 이상봉 브랜드의 감사로 계세요. 선생님은 아티스트 적인 부분이 크기 때문에 그 외의 부분들을 어머님이 보완해주시죠. 여동생도 뉴욕의 이상봉 매장과 라이의 마케팅을 맡고 있고 갤러리의 비즈니스도 겸하고 있어요. 저는 디자인 마케팅을 하다 디자이너가 됐지만, 동생은 디자인을 했다가 마케팅을 시작했어요. 가족들이 같은 일을 하니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해도 결국 일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아요.

Q 이청청을 설명하는 ‘이상봉의 아들’이란 말이 부담스럽게 여겨질 때도 있었을 것 같다.
▲ 제가 디자이너로서 정말 좋은 백그라운드를 가진 것은 맞아요. 당연히 저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요. 그래서 저는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구의 아들이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런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다면 그만큼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라이라는 브랜드를 잘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 하면 도와줬다 못 하면 누구 아들인데 못했다고 평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담감도 정말 크죠. 그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서 런던에서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컬렉션을 전개한 거예요. 그때 자신감도 얻었고 자격지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부분도 있었어요. 지금은 그런 자격지심은 없어요. 런던에서 쇼 하고 잘 됐었거든요. 상도 받았고요. 물론 런던 데뷔 후 한국에 와서 쇼 할 때는 또 걱정이 커서 많이 바빴지만요. 하하. 한 네 번 정도는 라인업을 바꿨던 것 같아요. 너무 신경이 쓰여서, 이렇게 하면 이상봉 색이 난다고 할까 걱정하고 그러다가 결국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쇼를 완성했죠.

Q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디자이너란 직업을 택하게 되었을까.
▲ 처음엔 패션 매니지먼트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점차 디자인에 매력을 느끼게 됐죠. 남성복 디자인을 졸업하면서 런던 패션 위크에 데뷔했어요. 그렇게 본격적으로 패션 커리어를 시작했죠. 처음엔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접근하게 됐어요. 디자인이란 것이 알면 알수록 재밌더라고요. 사실 부모님은 제게 디자이너가 되라는 이야기를 한 번도 하신 적이 없어요. 어머님도 그렇고 아버님도 그렇고요. 패션이란 분야 자체에 일절 언급을 하시지 않았어요.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셨던 거죠. 그래서 제가 찾아간 거예요. 디자이너가 힘든 직업이란 것은 선생님을 보고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Q 그 부담감을 이겨내기까지 노력이 필요했음이 보이는 것 같다.
▲ 늘 비교당하고 누구 아들로 소개되고 부담감이 참 컸죠. 요즘은 ‘라이의 이청청 디자이너’ 라고 소개하면 아시는 분들도 있어서, 선생님의 이름을 조금씩 떼고 있어요. 제가 다른 브랜드에서도 일해봤지만 이상봉 선생님은 세상에서 가장 노력을 많이 하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부분이 정말 좋아요. 그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제가 정말 많이 배웠고요. 디자이너로서 가져야 할 용기나 노력 등에 대해 늘 말씀하세요. 마지막 1퍼센트, 끝까지 노력하라고 늘 말씀해주시죠.

Q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어오며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이해하게 됐겠다.
▲ 맞아요. 이 일을 시작하며 아버지를 더 많이 이해하고 왜 이렇게 사셨는지 알게 됐어요. 늘 주말에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 힘들었는지, 왜 그렇게 벼룩 시장엘 돌아다니시고 전시를 보러 가시고 하셨는지 이제야 이해해서 오히려 더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예전에는 여느 아버지와 아들 사이가 그렇듯 대면 대면한 사이였어요. 하지만 저도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겪으면서 아버지를 더 이해하게 됐죠.

Q 첫 데뷔는 남성복. 그리고 이제는 여성복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데 전향을 하게 된 이유가 있을지.
▲ 처음엔 비즈니스적인 측면이 컸죠. 남성복 시장은 비즈니스가 정말 힘들었어요. 여성복 시장은 크고 다양하잖아요. 물론 최근에는 남성복 시장도 많이 커졌지만 제가 활동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정말 힘들었어요. 또 비즈니스 외적으로 여성복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이상봉 브랜드를 이어받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꼭 여성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라이를 잘 키워서 언제가 이상봉과 라이 모두 잘 이끌고 싶어요.

Q 남성이 만드는 여성복, 분명 어려운 부분도 많았을 것 같다.
▲ 여성복 브랜드를 이끌며 어려운 게 많죠. 아무래도 제가 입어볼 수 없으니 여성들의 인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고요. 제가 실제로 입으면서 발견할 수 있는 부분들도 굉장히 많거든요. 그리고 옷을 입어보는 것에 따라 아이디어도 많이 나오는데 여성복은 제가 입어볼 수 없으니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해요. 아직도 어려워요. 여전히 배우고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Q 여성의 옷을 만드는 이청청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도 궁금하다.
▲ 아름다운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정말 이해하기 힘든 존재기도 해요. 그래서 여성분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눠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고민을 가졌는지 들어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시간을 통해 좀 더 여성에게 다가가려 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들은 저의 고객이시기도 하고요.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하하.

Q 올해 라이가 걸어갈 길에 대해 묻고 싶다.
▲ 5월 중 방콕에서 패션쇼와 팝업 스토어 이벤트, 6월 중에 오사카 한큐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 오픈, 9월 싱가폴 쇼케이스 등 뉴욕 패션 위크와 서울 패션 위크 외에도 국내, 외에 많은 프로젝트들을 앞두고 있어요. 많은 곳에서 라이를 만날 수 있도록 세일즈도 더 열심히 할 계획이고요. 현대백화점 판교점 매장 오픈한 것도 잘 유지하고 싶어요. 라이라는 브랜드로 국내에 13개 정도 매장을 오픈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곧 청담동에 라이 플래그십 스토어도 오픈하거든요. 라이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부분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라 기대 중이에요. 그 계기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디자이너로서 이청청의 목표가 있다면.
▲ 단순히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고 싶기 보다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열심히 노력해서 이상봉이란 브랜드와 라이 모두 잘 이끌고 싶죠. 그렇게 노력한다면 이상봉과 라이를 프라다와 미우미우처럼 인터내셔널한 브랜드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라이의 이청청은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다. 2008년 남성복 디자인을 졸업하며 런던 패션 위크에 데뷔했고 2013년 라이 론칭 이후 국내뿐 아니라 뉴욕, 런던 등에서 패션쇼를 선보이고 있다. 패션 디자이너로서 공로를 인정받아 ‘2017 코리아 패션대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뉴욕과 서울 매장을 운영 중에 있다.

박승현 hyu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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