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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앳피플] 이래경 감독 “소녀시대 윤아와의 작업 덕분에 매너리즘 극복해”

조회수 : 743 2018-05-30 10:03:20
[앳스타일 박승현 기자]

아이유 ‘밤편지’ 뮤직비디오로 잔잔한 음악에 걸 맞는 영상미를 보여준 이래경 감독. 독립 CF 프로덕션인 ‘도널드시럽’에서 연출부 조감독으로 활동한 이후 짙은 ‘해바라기’를 통해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데뷔했다. 화려함보다는 필름카메라를 연상시키는 차분한 톤으로 인디 밴드들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며 천천히 이름을 알렸던 그가 이제는 ‘비하인드 더 씬’이라는 프로덕션을 이끌며 아이유, 소녀시대 윤아, 이승환, 임현정 등 내로라하는 국내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사진제공=비하인드더씬

사진제공=비하인드더씬

사진제공=비하인드더씬

사진제공=비하인드더씬

Q 이래경이 뮤직비디오 감독으로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작품은 아이유 ‘밤편지’ 였다. 그 인연으로 ‘팔레트’ 뮤직비디오까지 연출했는데 그 첫 시작이 궁금하다.
▲ 저 역시도 당시에 그렇게 알려진 감독도 아닌 저를 어떻게 알고 뮤직비디오 촬영 제안을 한 건지 너무 궁금해서 아이유 씨 소속사에 물어봤어요. 순전히 제 이름이 예뻐서 저를 꼽았다고 하더라고요. 제 이름이 특이해서 제 SNS랑 영상 작업물을 보고 잔나비 뮤직비디오에 꽂힌 거예요. 저를 당장 만나게 해달라고 해서 순식간에 작업이 성사됐죠. 저를 어떻게 믿고 두 편이나 작업하자고 했을까 싶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도 기적 같아요. 운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들죠.

Q. 기적 같았던 작업이니만큼 기억에도 많이 남았을 것 같다.
▲ 맞아요. 특히 아이유 씨가 공을 참 많이 들였던 게 기억나요. 모든 의상에서 소품 하나하나까지 다 체크하고 신경 쓰더라고요. 현장에서도 정말 많이 공을 들였고요. 다만 조금 아쉬웠던 것이라면 아이유 씨가 원하는 세세한 것들이 있을 때 제가 100% 채워줄 수 있는 역량이 부족했던 것이 아쉽다면 아쉬웠죠.

Q 데뷔작인 짙은의 ‘해바라기’는 제작 직후보다는 뒤늦게 후속 반응이 생겨났다.
▲ 조감독 생활을 하다가 이직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막내 감독으로 입봉을 하게 됐어요. 근데 입봉만 하면 뭐하겠어요. 일이 없는데(웃음). 그래서 역으로 뮤직비디오 제작을 원하는 곳을 찾아야겠다고 했어요. 평소 좋아하는 가수들의 리스트를 뽑았고 그 리스트에 있던 짙은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게 된 거예요. 첫 작품이고 또 아직 무명의 감독이었으니 제 사비로 촬영을 진행했죠. 적금도 깼고 소품도 제가 다 만들었어요. 그렇게 척 작품을 냈는데 그 후로 1년간 일이 안 들어오더라고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찾아보는 뮤직비디오가 아니다 보니 불러주는 곳이 없었죠. 물론 처음 연출을 했을 때는 이걸로 제 인생이 바뀔 줄 알았어요. 야무졌던 생각이었죠. 그래도 그렇게 1년여가 지나고 나니까 천천히 반응이 오더라고요. 뮤직비디오 보고 연락했다는 말도 듣고요. 감독으로서 이름은 일찍 올렸지만 그만큼 고생한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데뷔작이 안 터진 게 다행이에요. 그때 대박이 났다면 정말 저 혼자 잘난 줄 알고 살았을 거예요. 오히려 1년간 마음고생 하며 현실의 벽을 확 느꼈죠.

Q 소녀시대 윤아의 솔로곡이었던 ‘바람이 불면’ 작업 후 윤아의 팬이 되었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그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작업이었는지.
▲ 진짜 최고였어요. 촬영하고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한 적이 많지 않거든요. 늘 긴장하고 날이 서는데 그날은 정말 즐겁고 행복했어요. 그날 현장에 있던 스텝들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윤아 씨에게 반했어요.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밝고 에너지가 넘쳐서 시니컬한 사람도 한번은 웃게 만드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제가 그때 매너리즘에 좀 빠지기도 했고 또 일이 너무 힘들고 지친다고 느낄 즈음이었는데 윤아 씨가 제 팬이라고 해주셔서 힘을 많이 받았고 다시 이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어서 나머지 하반기를 잘 버틸 수 있었어요.

Q 최근에는 11년 만에 컴백한 가수 임현정과도 작업을 했다.
▲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을 참 좋아했거든요. 중학교 때 즐겨 부르던 곡이었는데, 바로 그 가수로부터 뮤직비디오 제작을 의뢰받으니 참 기쁘고 영광이었죠. 신기하기도 했고요.

Q 로케이션 촬영도 많았을 텐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 너무 많죠. 볼빨간 사춘기 ‘우주를 줄게’를 촬영할 때 정말 폭염이었거든요. 햇빛도 가려지지 않는 운동장에서 촬영하는데 장동윤씨가 후드티를 입고 농구를 했어야 했어요. 말간 얼굴로 지친 내색도 안 하고 열심히 하더라고요. 그때 여름 야외 촬영은 하지 말아야겠다 결심했어요.

Q 뮤직비디오 제작 후 또 작업하고 싶어진 뮤지션도 있을 것 같다.
▲ 이승환 씨의 ‘그저 다 안녕’ 뮤직비디오 제작할 때 미팅도 한번 안 하고 너무 쿨하게 진행을 했어요. 제 마음대로 하라고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감사히 기획했죠. 사실 이승환씨 뮤직비디오를 찍은 감독은 대박 난다는 속설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때도 뮤직비디오 제작 후 잘 풀릴 줄 알고 준비하면서 너무 힘을 줬거든요. 그랬더니 부러진 거죠. 스토리를 너무 장황하게 했더니 3분 안에 내용이 다 안 들어가서 분량 실패가 됐어요. 그래서 뮤직비디오를 보면 중간에 좀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 있어요. 저 자신도 안타깝고 아쉬웠어요. 그래서 꼭 한번 다시 기회가 생긴다면 그 아쉬움을 만회해보고 싶어요.

Q 이래경이 추구하는 영상 감독으로서의 길도 궁금하다.
▲ 제가 차린 독립 프로덕션의 이름이 ‘비하인드 더 씬’ 이거든요. 그게 바로 제가 추구하는 영상과도 맞닿아 있어요. 뮤직비디오든 영화든 제가 어떤 작품을 만들고 그게 세상에 던져졌을 때 일회성으로 끝나기보다는 계속 그 뒤 이야기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길 바라요. 돌아서면 자꾸 생각나고 울림이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어요. 늘 회자할 수 있고 궁금해하는 그런 영상이요.

Q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면서 자연스레 드러나는 이래경만의 색도 있겠다.
▲ 제 뮤직비디오가 왜색이 짙어서 싫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제가 케이팝 뮤비 특유의 스타일이나 톤은 잘 못 살려요. 저 역시도 그게 제 색깔은 아닌 것 같고요. 저는 대만 영화 같은 빛바랜 톤을 추구하는데 거기까지는 아직 역량이 부족한 것 같아요.

Q 평소 영감은 어떻게 받는 편인지.
▲ 대부분은 경험에서 얻는데 이제는 밑천이 떨어졌어요. 요즘에는 1980~90년대 영화나 사진, 화보에서 영감을 얻어요. 나이 들수록 경험이 줄어들고 또 그간의 경험들도 지금은 너무 소모되어서 간접적인 경험으로 영감을 얻고 있죠.

Q 왜 뮤직비디오 감독이란 길을 택했는지.
▲ 제가 택해서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이 길을 가야지 했으면 못 했을 것 같아요. 저는 영화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졸업하면 프로덕션을 갈 생각이었어요. 근데 지금도 힘들지만, 예전에는 영화판이 더 힘들었잖아요. 제 어머니께서 그게 걱정이 되셨는지 여자가 영화감독을 할 수 있겠냐고 하시면서 우선은 좀 돌아가더라도 월급을 받는 영상 분야를 가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처음 택한 분야가 CF 프로덕션이었죠. 그러다 우연히 졸업전에 오신 용이 감독님께 운이 좋게 스카우트됐어요. 근데 사회 생활은 녹록잖더라고요. 1년 좀 넘어서 그만두고 나와 편입을 했어요. 그러던 중에 용이 감독님이 가끔 일을 주셔서 프리랜서처럼 일하다가 다시 감독님 밑으로 가서 일했죠. 간혹 감독님께 뮤직비디오 작업이 들어왔는데 그거 서포트 하는 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짧은 단편영화 같은 느낌이기도 했고요. 그러던 중 프로덕션을 옮기면서 다른 감독님 밑에서 데뷔작을 만들게 됐고 자연스레 뮤직비디오 감독이 된 거죠. 제일 접근성이 큰 것이 뮤직비디오였어요. 꿈에 가장 가깝기도 했고요.

Q 이래경의 삶에 있어 가장 큰 도전이 되었던 순간은 언제였을지.
▲ 이 꿈을 포기했던 시절이요. 전 초등학생 때부터 늘 이 꿈을 꿨거든요. 근데 현실이 너무 만만하지 않았어요. 근데 배운 것은 이것뿐이라 뭘 해야 할지도 몰랐죠. 이 일은 죽어도 안 하겠다고 하고 다른 일 찾아보려니 제가 할 줄 아는 게 없는 거예요. 정말 막막하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쓸모가 없었나 싶었어요. 정말 영상만 판 바보인 거죠. 그래서 사는 것도 덜컥 무서워졌어요. 이 일을 할 때는 월급이 적어도 살아졌거든요. 행복했고요. 근데 이 일을 놓으니까 그때부터 사는 게 너무 무섭더라고요. 잠시나마 꿈을 포기했던 순간이 저에게 가장 큰 사건이었고, 저 스스로 선택한 도전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큰 변화의 시기를 겪었죠.

Q. 그래도 결국엔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돌아오게 되는 것 같다.
▲ 제가 편입하기 전에 무슨 일을 하지 싶었을 때 아르바이트를 4개나 했거든요. 마지막 아르바이트가 스크린 골프장에서 일하는 거였는데 일 마치고 새벽에 집에 가는데 주변이 비정상적으로 너무 환한 거예요.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그게 알고 보니 조명이었어요. 우연히도 제가 집에 가는 길목 근처에서 영화 ‘황해’를 찍고 있었던 거예요. 근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어디선가 계속 “레디, 액션!” 하는 소리를 듣고 이 일에 미련이 남아서 그렇게 환청이 들리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다시 이 일을 하라는 소린가 보다 했죠. 물론 자기 합리화였겠지만(웃음).

Q 작업을 할 때 이래경만의 소통 방식도 있을까.
▲ 특별하지 않아요. 저는 그렇게 달변가가 아니라서 그냥 저 나름의 방법으로 소통해요.

Q 촬영이나 기획 시 꼭 고수하는 것들 있다면.
▲ 그때마다 다른데 기본적으로는 리얼리티를 가장 신경 써요. 뮤직비디오 촬영 소품도 사실적인 것들 많이 쓰려고 해요. 또 중요한 게 배우들의 연기예요. 마스크가 신선한 배우들을 쓰려고 하고. 독립 영화 쪽 배우들을 발굴하는 것을 좋아하죠. 스토리가 주가 되는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는 배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느낌의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을 선호해요.

Q 뮤직비디오 감독으로서 갖춰야 할 조건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나.
▲ 뮤직비디오는 단시간에 만들어내는 작업이라 많이들 베껴요. 저도 많이 당했고요. 감독 스스로 양심도 문제기도 하지만 클라이언트들이 종용하기도 하죠. 원하는 레퍼런스를 참고만 해야 하는데 복사하듯 만들기도 하죠. 창작자라면 절대 자기 양심을 팔면서 쉽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남이 고생하고 고민해서 뽑아둔 것을 베끼는 것은 정말 나쁜 도둑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Q 요즘엔 영상 콘텐츠가 많은 주목을 받는다. 같은 꿈을 꾸는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 경험을 많이 쌓았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어떤 소스로 작용할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법이 허락하는 아래에서 자유로이 경험하길 바라요. 할까 말까 고민되면 무조건 해보고요. 많은 경험을 축적해두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게 다 쓸모가 있거든요. 이 역시도 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기도 하고요.

Q 올해 어떤 작업을 또 보여줄 계획일지
▲ 올해도 주시는 일 열심히 하고 싶어요. 쫓기듯 하기 보다는 즐겁게 일 하고 싶어요.

박승현 hyu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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