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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어려서 겪었던 환경 탓에 베푸는 삶 꿈꿔” [화보&인터뷰]

조회수 : 340 2018-06-26 10:52:06
배우 이지훈(30)에게선 꽤 다양한 얼굴이 스친다. KBS2 ‘학교 2013’, ‘전설의 셔틀’에서 보여준 철부지 반항아부터 서늘한 눈빛을 드러내는 SBS ‘푸른 바다의 전설’ 허치현, 자신만만 긍정 보이 SBS ‘언니는 살아있다’ 설기찬까지. 그렇다면 이지훈의 민낯은 어떨까. 4시간 남짓 겪어보니 참 소탈한 사람이지 싶다. 촬영 내내 처음 본 스태프들에게도 오래된 사이인 양 살갑게 대하고, 인터뷰에선 허허실실 웃으며 상처였을 과거 얘기까지 툭툭 풀어낸다. 떠나기 전, 함께 사진 찍자며 본인의 휴대폰 앞으로 스태프 모두를 불러 모으기까지 한다. 그런 그가 올여름, KBS2 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로 찾아온다. 무더위에 몸도 마음도 지칠 이들에게 이지훈의 기분 좋은 에너지가 산뜻하게 와닿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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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화보 촬영 때 보니 처음 보는 스태프들임에도 친화력이 좋은 것 같다.
▲ 옛날에는 수줍음이 많았는데 서른을 넘기고 나니 부끄러움이 많이 없어졌어요. 또 제가 긴장하면 먼저 장난치는 타입이거든요. 이상하게 사진 카메라 앞에만 서면 떨려요. 연기할 때 마주하는 영상 카메라에는 긴장하지 않는데 말이죠.

Q 작년에 종영한 ‘언니는 살아있다’ 이후 7개월 정도 쉬었다.
▲ 데뷔 5년 차인데 여태껏 한 번도 제대로 쉰 적이 없었어요. 정말 길게 쉬어봤자 3주 정도? 운 좋게 다음 작품을 연달아 들어갔죠. 그러다 여행을 가고 싶단 생각이 문득 들어 그 드라마 이후 휴식기를 가졌어요. 영국, 일본, 제주도, 부산 등지를 다녀왔는데 에너지 충전을 위해 3주 정도만 쉬면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3주까진 행복했는데 3주가 넘어서니 불안감이 커지고 초조해졌어요. ‘내가 쉴 때가 아닌데,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라며 제 스스로 일에 대한 욕심이 많다는 걸 느꼈죠. 휴식기 동안 스스로를 많이 내려놓고 비워두려 노력했어요.

Q 어떤 걸 내려놓고 어떤 걸 비워냈나.
▲ 사실 쉬는 기간 동안 혼란스러웠어요. 일하면서도 정신적으로 힘든 때가 한 번씩은 오거든요. ‘내가 잘 가고 있나? 잘 살고 있는 건가’란 생각이요. 쉬니까 이런 생각이 더욱 많이 들더라고요. ‘잘 살고 싶은데 내가 욕심이 너무 많은 건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란 생각만이 온통 가득했어요. 과할 정도로 그런 생각이 들다 보니 순간, ‘이렇게 고민 걱정만 하면 오히려 망가질 수 있겠다, 이런 것들을 비워내야 조금이라도 내가 덜 힘들겠구나’ 싶었죠. 그리고 지금 당장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없다라는 걸 깨달았죠. 고민, 걱정만 하지 말고 스트레스받더라도 행동하면서 고민하고 생각해야겠다 싶어서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려고 해요.

Q ‘당신의 하우스헬퍼’의 방영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 소개를 하자면.
▲ 완벽한 남자인 하우스헬퍼가 머릿속도 집도 엉망이 된 여자들의 살림과 복잡한 인생까지 비워내고 정리해주는 ‘라이프 힐링’ 드라마예요. 전우성 감독님이 잘 이끌어주셔서 믿음을 갖고 열심히 촬영하고 있어요. 제가 맡게 된 역할은 완벽한 스펙을 갖춘 변호사 권진국이에요. 로맨스도 보여드리게 될 것 같으니 기대해주세요.

Q 권진국은 완벽남이지만 연애에선 숙맥인 캐릭터라던데.
▲ 연애를 책으로 공부하듯 배운 친구예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입혀준 대로 옷을 입고 공부만 열심히 하고 정말 반듯하게 자라왔죠. 언젠가 사랑을 하게 되면 들었던 대로, 책에서 배웠던 대로 해야겠다 생각해요. 이에 반해 상대역인 상아는 연애에 능하고 발랄하며 자기 치장을 좋아하는 친구예요. 정반대인 두 사람이 만나니 재밌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고)원희 친구와 함께 아이디어 많이 내면서 최대한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균형 조절을 잘하려고 해요. 시청자분들이 볼 때, 유쾌하면서 공감도 할 수 있게끔 할 생각입니다. 캐릭터에 대한 연구도 상대 배우와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 나갈 예정이에요. 리액션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Q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떤가.
▲ 아직 촬영 전이지만 또래들이다 보니 느낌이 잘 맞아요. 첫 회식 때 이 정도로 서로 융합이 잘되는 경우가 흔치 않거든요. 그래서 느낌이 굉장히 좋아요. 저와 (하)석진이 형이 30대고, 보나랑 원희, (전)수진이가 좀 더 어리지만 석진이 형 개그가 굉장히 트렌디해 분위기가 좋아요. 덕분에 세대 차이를 못 느낄 만큼 편해요.

Q 살림 꿀팁을 전수해주는 드라마다. 이지훈만의 살림 꿀팁을 공개하자면.
▲ 힘든 게 있으면 바로 어머니께 말한다? 하하. 제가 부모님이랑 같이 살아요. 혼자 살아봐야 살림에 대해 잘 알 텐데…. 그래도 제가 먹은 그릇은 바로바로 설거지하려고 해요. 제가 냄새에 좀 민감한 편이라 화장실에 스톤 방향제 같은 것도 놓아두고요. 집에 동생들이 많이 놀러오는데 ‘변기통에 조준 잘하시오’라는 스티커를 붙일까 생각 중이에요. 말하다 보니 굉장히 지저분한 얘기를 한 것 같네요. 하하.

Q 또래 배우들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던데 의외다.
▲ 어릴 때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많이 없었기에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어디에서 오는 공허함인지는 모르겠는데 혼자 있는 게 너무 적적해요. 그러다 보니 가족과 함께 있으려고 하고 친구나 친한 동생들을 많이 만나려고 해요. 그래도 가끔 혼자 살아 보고 싶단 생각이 들긴 해요. 나 혼자 괜히 성인이 안 된 것 같은 느낌이라서요.

Q 최근 ‘사의 찬미’ 촬영도 마쳤다. ‘학교 2013’에 함께 출연했던 이종석, 신혜선과 오랜만에 재회했겠다.
▲ 진짜 오랜만에 한 드라마에서 다 같이 만나게 됐어요.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굉장히 뿌듯하기도 했어요. ‘학교 2013’ 촬영 당시, 종석이는 이미 하이틴 스타였지만 혜선이와 저는 그게 데뷔작이고 완전 신인이었거든요. 혜선이와 만나면 항상 “더 열심히 해서 우리 앞으로 쭉 연기하자”란 얘기를 많이 했어요. 함께 나눴던 말처럼 혜선이도 지금은 주연배우로 거듭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그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또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자극제도 돼요. 파이팅이 차오르는 그런 만남이었어요.

Q 전국을 다니면서 촬영했다고.
▲ 합천, 대구, 경주, 곡성 등 웬만한 지역은 다 돌았어요. 서울 촬영분은 단 하루밖에 없었죠. 굉장히 많은 지역을 돌아다녔지만 힘들기보단 좋았어요. 전라도에선 떡갈비를, 경주에선 낙곱새를 먹고, 합천에선 이연복 선생님 제자분의 중국집도 갔어요. 촬영을 마치 식신로드처럼 다녔죠. 맛있게 먹어야 열심히 연기할 수 있으니 부지런히 맛집 찾아 다녔습니다.

Q ‘사의 찬미’를 촬영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
▲ 제가 맡게 된 홍난파 역은 실존 인물이잖아요.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죠. 2주 동안 바이올린 연주 3소절 정도 외워서 해보려 했는데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실제처럼 해야 하는데 그런 기교가 없으니 최대한 싱크에 맞춰서 열심히 하려 노력했어요(웃음).

Q 개인 SNS에 게재한 로드킬 당한 길고양이의 보호를 촉구하는 글이 인상적이었다.
▲ 광주에 계신 할머니 댁에 내려가다 사고를 목격했어요. 고양이가 제 앞을 지나가고 있었고 저는 브레이크를 밟고 서 있었죠. 그리고 반대편 차선에서 오고 있는 트럭이 멈출 줄 알았는데 고양이를 치고 가버렸어요. 공중에 붕 떠서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고양이의 처참한 모습을 보는데 소름이 돋고 화가 나더라고요. 그 조그마한 것도 생명인데 죽어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로드킬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혹시나 로드킬 당한 동물을 발견하게 된다면 지역번호 누르고 120으로 꼭 전화 한 통 부탁드립니다.

Q 한 인터뷰에서 언젠가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고 싶다 말한 바 있다.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보인다.
▲ 사실 사회,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그저 제가 돈을 많이 벌고 남에게 베풀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봉사활동을 하고 싶단 생각을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해왔어요. 제가 외할머니 손에서 자라서인지 노인분들 보면 항상 돕고 싶고, 아이를 좋아해 보육원 일도 돕고 싶고요. 그러기 위해선 제가 능력이 되어야 하니 일을 열심히 할 거예요. 그런 날이 오길 바라요.

Q 베푸는 삶을 꿈꾸게 된 데에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나 상황이 있었던 건가.
▲ 제가 어려서 겪었던 환경이요. 어릴 땐 제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 생각했어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광주, 안동, 경기도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지역에 맡겨졌었거든요. 아버지는 해외로 어머니는 서울로 돈을 벌러 가셨고 저는 외갓집에 맡겨졌죠. 갖고 싶은 것도 많은데 갖지 못한 시기였고, 돈이 없어 수학여행도 못갈 뻔했어요. 축구화가 너무 갖고 싶고 필요한데 나이키 살 돈이 없어 헌옷함에 버려진 축구화를 가져가기도 했고요. 그래도, 그런 상황임에도 저는 항상 밥 먹듯이 주위에 말하고 다녔어요. “나중에 잘되면 나는 꼭 베풀고 돕고 살 거야”라고요. 내 능력이 안 되는데 오버해가며 보여주기 식으로 하는 건 싫어요. 내 사람들까지 확실히 챙길 수 있고 주변까지 돌아볼 수 있을 때, 많이 돕고 싶어요.

Q 자칫 어긋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듯하게 잘 자란 것 같다.
▲ 아무것도 없는 촌에서 살아서 그런가 사고 칠 일이 별로 없기도 했어요(웃음). 생각해보면 없던 시절의 저도 남한테 지기 싫고 자존심 내세우느라 안 괜찮은데도 괜찮은 척 숨기고 지냈던 상황이 많았어요. 제가 나쁜 짓을 한 건 아니지만 감정의 질풍노도 시기가 엄청났었죠.

Q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건 뭐였나.
▲ 연기요. 그전까지는 뭔가 하고 싶었던 게 없었어요. 군 전역하기 전에 ‘연기’라는 꿈을 품고 나왔는데 이게 내게 마지막 꿈이고 마지막 도전일 거라는 생각을 했죠. 이미 그때가 24살이었으니까요. 그래도 늘 마음속에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마음이 불안해지고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여기에서 포기하면 나락으로 갈 것 같았고 인생이 너무 비참해질 것 같았어요. 내가 이걸 해내지 못하면 나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거란 생각에 더욱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것 같아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물고 늘어져야겠단 생각을 하며 버텼어요.

Q 지금의 모습에 가족이 흐뭇해하겠다.
▲ 많이들 좋아하세요. 집안에 TV에 얼굴 나오는 사람이 있으니 친척분들도 좋아하시고요. 초등학교 때부터 동창이었던 친구들이 아직도 동네에 있는데 얘들 만나면 “너 정말 용 됐다”고 해요. 24살까지만 해도 담배 한 갑 살 돈이 없었어요. 아르바이트를 미친듯이 했지만 학원비 낼 돈도 빠듯했죠. 그래서 26살 때까지 친구랑 돈을 반씩 나눠서 담배 한 갑을 나눠 가지며 지냈어요. 불과 5~6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저를 비교해보면 생활, 경제적인 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니 좋아요.

Q 다른 배우들에 비해 사생활이 많이 알려진 편이 아니다.
▲ 갓 데뷔했을 때 예능 프로그램을 3개 정도 했어요. 멋모르고 시작했는데 댓글들이 굉장히 속상하더라고요. 또, 예능하다 보면 가족들도 화면에 비춰지기도 하는데 부모님 얘기 나오니 너무 화나고 죄송했고요. 그래서 전 ‘못하겠습니다’ 하고 예능 프로그램을 동시에 2개나 하차했어요. 예능을 이젠 못하겠다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댓글이나 반응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다 보니 이젠 좀 하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예능 출연 기회가 주어진다면, 운동을 좋아하는 리얼한 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예체능 같은 프로그램도 좋고, 혼자 살게 된다면 MBC ‘나혼자 산다’도 재밌을 것 같아요. 요즘 어머니께서 부쩍 여행 예능 출연을 말씀하셔서 그런 것도 좋을 것 같고요. 아, 라디오 해보고 싶어요. 사연에 대해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주면서 저도 준비를 많이 해갈 것 같고 저한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Q 이지훈의 일상이 궁금하다.
▲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나 동창 녀석들과 주로 어울려요. 같이 헬스를 가거나 집에서 함께 위닝 축구 게임을 하거나 야외 풋살장에서 시합을 해요. 특히 풋살장은 팀을 나눠서 하는데, 저희가 가면 안 져요. 계속 이기니까 밤늦게까지 계속해요(웃음). 운동을 하지 않을 때는, 영화를 보러 가거나 집에서 넷플릭스를 봐요. 한국에서도 넷플릭스가 제작된다던데 넷플릭스 작품 하고 싶어요. 관심이 많습니다.

Q 굉장히 활동적인 성향인가 보다.
▲ 최근 들어 많이 하게 됐어요. 쉴 때는 집에서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몸도 마음도 처져서 내가 많이 업되어야겠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고선 많이 돌아다니고 이것저것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Q 데뷔 5년 차다. 생각했던 방향대로 잘 흘러가고 있는 것 같나.
▲ 혼자 천천히 잘 가고 있다고 늘 생각해요. 그래서 전 제게 90점 정도 주고 싶어요. 가난했던 시절에 가졌던 초심이 아직 그대로 있어요. 제가 허세가 생기고 거드름을 피우고 왕자병이 들었다면 점수를 낮게 줬을 거예요. 하지만 전 예전이나 지금이나 하고 싶은 게 많고, 할 수 있다 생각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있죠. 어렵고 힘든 생각이 많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예전에 가졌던 마음은 변함이 없어요.

Q 배우로서나 인간 이지훈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 지금 제 옆에 있는 사람들이랑 각자 할 일을 하면서 흰 머리 될 때까지 쭉 이 사람들과 오래 잘 가고 싶어요. 그 사람도 제 옆에 있어주고, 저도 그들 곁에 있어준다면 인간 이지훈으로서는 성공한 삶이란 생각이 들어요. 배우로서는 상을 많이 받고 싶고, 감독님들이 많이들 찾아주는 배우가 되고 싶고, 오래 일하고 싶어요. 오래도록 일하면 성공한 것 아닐까요? 일할 수 있으니 돈을 벌 거고, 그러면 어디 가서 남도 도와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에디터 정수미 인터뷰 정수미 포토그래퍼 이경진 비하인드 포토그래퍼 윤다희 스타일리스트 김기동(KD COMPANY) 헤어 유주(하르앤뮤) 메이크업 유미(하르앤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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