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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석, “‘극한직업’ 천만 돌파, 올 한해 운 다 쓴 것처럼 행복해” [스타@스타일]

조회수 : 252 2019-02-17 15:12:27
‘이 배우, 낯익은데’ 배우 허준석을 보는 사람들은 같은 생각을 한다. 배우로서의 이름보다는 극 중 캐릭터의 이름이 먼저 떠오르는 배우, 바로 허준석이다. 다작을 해오며 악역부터 코믹한 역할까지 오가던 허준석은 어느새 충무로와 브라운관의 신스틸러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천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 ‘극한직업’에서 능청스러운 연기로 강력한 웃음 선사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매일 선물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배우 허준석을 만났다.







Q 영화 ‘극한직업’이 상영 전부터 큰 화제였는데.
▲ 이병헌 감독님과는 독립 장편 영화 할 때부터 함께 했던 멤버였어요. 이번 영화도 그런 의미에서 양현민 배우랑 함께 출연했죠. 저희는 서로 돈 없을 때부터 만나서 모르는 게 없는 사이거든요. 영화 ‘바람 바람 바람’ 때 감독님께서 많은 공을 들이셨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아서 약간 힘들어하셨어요. 근데 이번에 너무 좋은 반응이 나와서 기쁘고, 저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일원 중 한 명으로서 제 몫을 한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고 행복해요. 제가 참여한 상업 영화 중에 제일 스코어가 잘 나온 작품이에요.

Q 큰 인기에 힘입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 설 연휴 지나고 700만 관객만 돌파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꿈의 1000만 관객을 넘겼다고 들으니 올 한해 운을 다 쓴 것처럼 행복해요. 하하. 정말 감사할 만한 일로 새해를 시작하게 돼서 매일 매일이 선물 같아요. 제게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아요.

Q 극 중 정실장의 독특한 억양이나 캐릭터가 눈에 띄었는데 어떤 식으로 준비했나.
▲ 처음 리딩을 하러 갔을 때 준비한 대로 했는데 반응이 좋지는 않았어요 (웃음). 너무 무난하게 연기를 하면 캐릭터의 임팩트를 떠나서 마약반과 만나는 케미 자체도 심심할 것 같았거든요. 마약범의 일원으로 정보만 전달하고 끝날 것 같아서 정실장의 외형과 말투에 캐릭터를 입혔죠. 무겁지 않게 연기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결과적으로 다른 배우들과의 앙상블이 잘 이뤄졌던 것 같아요.

Q 길지 않은 등장이었지만 정실장이라는 캐릭터가 스토리를 끄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은 없었나.
▲ 아쉬운 게 있다면, 조금 더 신선한 캐릭터를 표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죠. 아주 색다른 캐릭터를 만들긴 힘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했어요. 고민을 좀 더 깊이 해서 더 좋은 지점을 찾았어야 했는데 어찌 보면 일찍 타협한 것 같아 그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아요.

Q 이병헌 감독과는 여러 편의 작품을 함께 했다.
▲ (이) 병헌 감독님이 평소에는 말이 없으시고 현장에서도 과묵하신 편인데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굉장히 말이 많아져요.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 낯도 가렸는데 친해지고 편해지니까 이런저런 얘기나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더라고요. 개그 코드도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업할 때 재미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걸로 연기를 할 때도 있지만 감독님의 경우는 웃음을 터트리기까지 쌓아두는 공이 굉장히 커요. 모든 합이 다 맞아야 터질 수 있게끔 완벽하게 준비하는 편이죠. 그래서 감독님의 현장은 짜여진 합과 앙상블 안에서 배우들이 맞춰서 놀 줄도 알아야 해요. 그런 작업도 색다르고 재미있고 저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예측 불가한 개그 코드가 잘 맞죠.

Q 이병헌 감독과는 인연이 깊은 것 같다.
▲ 함께 했던 시간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본인이 아무것도 없었을 때부터 시작해서 입봉도 하고 작품도 계속 만들고 있잖아요. 저도 감독님, 배우들을 만나왔지만 늘 이렇게 같이 작업할 수 있는 상황이나 조건이 주어지지는 않는데 병헌 감독님은 그런 면에서 조금 더 노력하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절 좋아하기도 하고요 (웃음).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스타일을 제가 또 잘 맞춰주니까. 하하. 이번 ‘극한직업’에서도 그렇고, 자꾸 저한테 어렵게 느껴지는 캐릭터를 해보는 게 어떻냐고 부탁하시는 것 같아요.

Q ‘극한직업’에서도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이 있었는지.
▲ 정실장 역할을 받았을 때도 시나리오상으로는 너무 표현하기가 힘든 거예요. 배우로서 연기하기가 애매하고 힘들었어요. 그래서 얘기도 많이 나누고 감독님께 “이 역할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 거예요?”라고 묻기도 했는데 “그냥 해”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대신 현장에 가면 리허설을 보고 툭 얘기해주시는 편이죠. 아마 배우를 위해서 얘기를 안 해주시는 것 같아요. 이번 역할은 좀 고민을 많이 했던 역할이었어요. 물론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어요.

Q 함께 고생한 만큼 애정도 커 보인다.
▲ 일 적인 관계를 떠나서 제가 정말 좋아하는 형이에요. 제가 단편 영화 연출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단편 시나리오를 쓰려고 하다가 병헌 감독님이랑 술자리에서 그 얘기를 했는데 감독님께서 쓰신 단편 시나리오가 있다고 하는 거예요. 한 번 보여달라고 해서 봤는데 그때 당시 제가 하고 싶었던 감정 상태랑 잘 맞더라고요. 제가 “이거 내가 연출해도 돼?”라고 물었더니 망설임도 전혀 없이 “그래. 네가 해” 이렇게 대답하셨어요. 그래서 그 시나리오로 ‘강냉이’라는 단편도 찍고 영화제도 갔죠. 정말 고마웠어요. 저를 좋은 동생으로 생각해주시는 것 같고 좋은 작업 파트너로서 생각해주시는 거 같아서 늘 감사하죠.

Q 평소 강한 이미지의 역할을 자주 맡는 편인데.
▲ 그래서 가끔은 아쉽기도 하죠. 아무래도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은데 제가 좋아하는 것과 대중들이 저를 좋게끔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걸 느끼거든요. 저는 이 역할을 잘할 수 있고 좋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너는 이게 제일 잘 맞는 거 같아”라고 하니까 거기에 대한 괴리감이 좀 있더라고요. 처음에 약간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연기는 내가 좋아서 하는 것뿐 아니라 대중이 바라보는 시선도 중요하니까, 대중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도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은 ‘악역’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배우가 제가 아닌지라 차라리 끝까지 한 우물 파서 ‘더 이상 할 게 없다’ 정도는 돼야, 저처럼 생긴 후배 배우분한테 바통을 넘길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하기도 했고요.

Q ‘극한직업’과 SBS ‘운명과 분노’ 분위기는 극과 극으로 달랐다. 어떤 연기에 더 자신 있나.
▲ 저는 코미디가 자신 있거든요. 제 연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제가 장르극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영화 ‘박화영’에서도 신스틸러 순경 역으로 나오는데 충분히 제 개그적인 소양을 보였다고 생각해요(웃음). 대중 분들이 잘 모르지만 나름 저만의 ‘엇박’ 개그 코드가 있죠. 사전에 준비 없이 툭 들어가거나 그런 것들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요. 작정하고 “나 웃긴다!” 이런 것보다는 안 웃긴 상황에서 웃기는 블랙 코미디를 좋아해요.

Q 직접 연출한 작품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연출부터 주연까지 소화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 어려웠죠. 왜냐하면 제가 연기를 하면서 ‘컷’도 해야 하니까 처음에는 웃겼어요. 사람들도 웃고 그랬는데 결국에는 제가 다 했죠. 두 번째 작품은 제가 직접 쓰기도 해서 머릿속에 그림이 다 있으니까 제 분량에 대해선 좀 수월했어요. 다만 제가 같이 출연하는 배우분들이나 다른 분들이 연기하는 걸 모니터로 볼 수 없으니까 이게 맞는지 아닌지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나중엔 배우들과 리딩도 많이 했으니까 그냥 믿고 감정적으로 맞았다 싶으면 OK 했던 것 같아요.

Q 단편 연출을 고집한 이유가 있을까.
▲ 배우로서 제가 하고 싶었던 연기가 존재하는데 그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이나 현실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들을 조금이나마 제 것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단편이지만 예행연습으로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죠. 그래야 나중에 장편 영화에 직접 출연해도 도움이 될 것 같았고요.

Q 연출은 물론이고 연기에도 큰 도움이 됐겠다.
▲ 많은 도움이 됐어요. 특히 스태프분들의 포지션이 늘 중요했다는 것도 느꼈어요. 제가 연기할 때는 제 주변에 있는 스태프분들이 아니면 살갑게 대할 시간적 여유나 마음의 여유가 적었어요. 근데 현장에서 제가 지켜보니 ‘스태프 한 분 한 분이 다 있어야만 하는구나’라는 걸 느꼈죠.

Q 어떻게 배우의 길을 걷게 됐나.
▲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를 안 했거든요. 그런데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대학은 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공부를 하려고는 했는데 이미 너무 안 했다 보니 열심히 해도 성적이 나오지를 않더라고요. 진학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연극영화과에 가고 싶다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영화 보는 걸 정말 좋아했거든요. 그걸 계기로 연극영화과에 들어가기 위해 극단에 들어가 한 달 반 동안 실기를 준비하게 됐고 그렇게 대학에 가게 됐어요. 사실은 운도 잘 따랐던 것 같아요.

Q 대학 진학을 한 후에는 연기에 전념했나.
▲ 그때까지도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지는 않았어요. 대학 생활 중 공연을 했는데 제가 생각해도 연기를 너무 못했거든요. 근데 공연을 마치니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는 거예요.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뭐지? 왜 박수를 쳐 주지?’ 생각하면서도 또 박수가 받고 싶은 거죠. 그래서 연기 연습하며 거의 학교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그렇게 시작했죠. 지금은 정말 잘 선택한 것 같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끼면서 일하고 있어요.

Q 그런데도 연기를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 당연히 있었죠. 첫 단편 영화를 제작하기 전이었는데 그 시기에 연기를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반복적인 연기 생활에 많이 소모되고 지치기도 했거든요. 근데 제일 무서웠던 건 ‘아, 내가 계속 연기를 하고 있긴 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딱 여기까지밖에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단 거예요. 그게 너무 무섭더라고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고 올라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선이 그어지는 순간 갑자기 너무 불안했어요. 아무리 연기를 해도 여기까지라면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Q 비슷한 색의 캐릭터만 보이는 것이 한계로 느껴졌나 보다.
▲ 그렇죠. 제가 대중 앞에 보여지기 시작한 건 2009년부터 영화와 드라마를 하면서였는데 늘 비슷한 위치였고 비슷한 정도의 연기를 원하셨던 것 같아요. 제 주변에 함께 시작했던 동료들은 점점 더 올라가는데 저는 늘 제자리였던 거죠. 물론 사람마다 자기의 때가 있다고는 하지만 마냥 기다리는 게 너무 막연하기도 했고 그 당시에는 이 이상은 사람들이 저를 안 봐준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제 연기에 대해서 나름 자부심도 있었는데 ‘내가 연기를 그리 잘하는 게 아니구나, 딱 이만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 많이 무너졌던 것 같아요.

Q 그런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 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는데 생각을 고쳐먹게 된 건, 스스로를 가두는 울타리를 쌓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예전에는 거칠어도 나답게 행동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틀에 갇혀 있었던 거죠. 그래서 하나씩 버리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현장에서 어떻게 연기를 잘할까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재미있게 놀까를 생각하는 거 같아요. 스태프들이랑도 더 살갑게 지내고 오히려 더 넓게 보게 된 것 같아요. 솔직히 제가 연기를 잘하면 얼마나 잘할까요. 저만이 표현할 수 있는 목소리가 있는 거고 모든 배우가 다 자기만의 장점이 있잖아요. 그냥 제가 가진 대로 한다면 저의 표현 방식이나 제 목소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Q 허준석이라는 이름 앞에 붙었으면 하는 수식어가 있나.
▲ ‘이름 없는 배우’로 불리고 싶어요. 제가 맡은 역할로만 봐주시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허준석이 나온다’라고 알아봐 주시는 것보다 한참 보다 보니, ‘어? 허준석이네?’ 이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지금도 ‘운명과 분노’와 ‘극한직업’의 역할이 완전히 달랐잖아요. ‘같은 사람인 줄 몰랐어요’라는 말을 듣는 게 배우로서는 굉장히 뿌듯하죠.

Q 다음에는 어떤 역할로 시청자를 만나고 싶은가.
▲ 사람 냄새 나는, 인간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혹은 완전히 극단적으로, 결핍이 심해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역할이라거나 내면적으로 깊게 파고 들어가야 하는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얼마 전에 ‘23 아이덴티티’를 봤는데 다중 인격을 가진 역할이 배우로서 너무 매력 있더라고요. 살인마, 사이코패스 같은 극단적인 캐릭터보다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여서 결국 사회적으로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아픔이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Q 연기를 하고 싶어 하지만 무명의 시간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
▲ 저 역시도 아직 스스로를 무명이라 생각해요. 사람들이 저라는 배우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거든요. 근데 모든 작품에서 안 중요한 역할은 없어요. 작은 역할은 있지만 작은 배우는 없다고 하잖아요. 물론 비중적으로 봤을 때는 작다고 말할 수 있지만 작은 역할을 한다고 해서 절대 작은 배우는 아니에요. 작은 역할도 진심으로 대하는 게 중요하죠. 연기력도 중요하지만 인성도 정말 중요하고요. 사람을 상대할 때 진심으로 대하면 누군가는 그런 저를 지켜 보고 있어요. 연기하고 있을 때뿐만 아니라 그 외적인 순간에도 누군가 제 모습을 보는 거죠. 그래서 중요한 순간에 나를 기억하고 찾아주거나 나에 대해서 좋은 말을 해주거나 할 수 있어요.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이다 보면 나한테 많은 기회가 온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생각하기엔 한순간에 되는 건 절대 없는 것 같아요. 힘든 무명의 시간이 있으면 있을수록 더 자기한테 값진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충분히 그 시간을 즐기고 주변의 모든 것에 진심으로 대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나를 찾아주는 기회들이 확실히 하나씩 생길 거라 믿어요.

인터뷰 박승현 포토그래퍼 이경진 스타일리스트 임지희 이주연 어시스턴트 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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